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게임인' 출신 정치인이 등장하며 '셧다운제' 등 규제완화를 기대했던 게임업계는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규제논의까지 나오자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 세계보건기구(WT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에 보건복지부가 동의하고 나서자 거의 절망하는 모습이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에게 "도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게임아이템의 배팅액과 빈도수가 빠르다"면서 "확률형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미 업계에서 자율규제안을 만들고, 운영 중이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 손 의원의 주장이다.
복지위 국감장에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WHO가 내년 5월 예고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에 게임중독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우리 정부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업계의 불만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셧다운제를 밀어붙인 여성가족부 역시 이같은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정부가 게임업체에 치유부담금을 부과하거나 게임중독 캠페인 등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업계에선 중국 수출길이 막힌 현 상황에서 확률형아이템 규제와 게임중독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나올 경우, 지난 박근혜 정부보다 더욱 어려운 경영여건이 조성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대형게임사 대표 A씨는 "이번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으나, 과거 정부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여전하다"면서 "중국게임이 밀고 들어오는 현 상황에선 산업육성보다 공평한 경쟁의 기회를 갖는 것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게임산업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중국 정부의 한국게임 수입금지령에 대해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사실 이번 정부들어 웹젠의 오너인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e스포츠협회장 출신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블루홀 오너인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 등이 부각되며 게임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다.
특히 문 대통령의 아들인 준용씨가 컴투스가 출시한 모바일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하면서 과거 정부와 달리, 대통령 스스로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2년차에도 게임에 대한 추가 규제논의만 잇따르면서 업계는 크게 실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게임산업의 예상 수출액만 5조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게임은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는다"며 "해외 역차별은 눈감고 고용창출 효과가 큰 토종게임을 옥죄면, 제조업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결국 정부만 민심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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